길이 없다.
동서남북
모든 길이 막혀 있다.
산들을 둘러 앉혀
병풍을 만들어 놓은
오래 된 무덤 하나가
나를 주시하고 있다.
아주 오래 갇혀 있던 갑갑함인 듯
우 우!
소나기 되어 달려오며 시원스런 소리를 지른다.
괜찮아!
길이 막혀있으면
하늘을 보면 되지
고개가 아프면 땅을 보면 되지
이곳에 오면 나는
물이 되니까 불이 되니까
바람이 되니까 자유로우니까
무덤 속에 있는 사람
가슴속에 있는 거 훔쳐보면 되지
무덤 속에서도 잠들지 못해
시를 쓰고 있는 사람 거 훔쳐보면 되지
▲화순/ 김삿갓 종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