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향/ 정홍순 시. 이광희 사진

정홍순 2021-04-24 (토) 16:23 2년전 1456  


 

 

낡은 잠바 걸쳐 입다가 코에 익숙한

냄새 안 것은

내가 나를 맡고서다

 

늙을수록 잘 씻어야한다고 주문 건

막내 지적대로 구석구석

나도 떴기 때문이다

문풍지 속에서 핀

메주꽃

코 박고 잘 떴다 할 사람 있겠지만

 

밤새 날 태워

넘어질 사람 어디 있을까

모깃불 향나무 독에 떨어져 죽은

제비 새끼

다시 돌아올 꽃이 피었다

 

민들레가 피었다

하얗게 벚꽃이 날고 있다

참꽃, 제비들이

향기 맡으며 돌아 와

내 사는 낡은 처마에 흙을 붙여주면

젖내 나는 손자 업고

육신꽃

 

벽에 걸어두고 빌 테다

아가야

너는 참말로

더러운 꽃으론 피지도 말거라

육신은 가라앉더라도 향은 떠서, 떠서

높으신 하느님께 바쳐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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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