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향/ 정홍순 시. 이광희 사진
정홍순
2021-04-24 (토) 16:23
2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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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잠바 걸쳐 입다가 코에 익숙한 냄새 안 것은 내가 나를 맡고서다 늙을수록 잘 씻어야한다고 주문 건 막내 지적대로 구석구석 나도 떴기 때문이다 문풍지 속에서 핀 메주꽃 코 박고 잘 떴다 할 사람 있겠지만 밤새 날 태워 넘어질 사람 어디 있을까 모깃불 향나무 독에 떨어져 죽은 제비 새끼 다시 돌아올 꽃이 피었다 민들레가 피었다 하얗게 벚꽃이 날고 있다 참꽃, 제비들이 향기 맡으며 돌아 와 내 사는 낡은 처마에 흙을 붙여주면 젖내 나는 손자 업고 육신꽃 벽에 걸어두고 빌 테다 아가야 너는 참말로 더러운 꽃으론 피지도 말거라 육신은 가라앉더라도 향은 떠서, 떠서 높으신 하느님께 바쳐지어라
▲이광희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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