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아침이 있는 풍경] 아욱국을 먹으며/ 정홍순 시. 이광희 그림
정홍순
2021-02-07 (일) 07:30
3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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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욱은 이슬이 멎거든 뜯으라하데, 여보 채소라고 아무렇게나 뜯는 게 아닌가봐 살림, 구단까지 하려면 공부가 많아야겠어 먹는 사람 생각하면 아무 때나 뜯으면 어때 아욱을 생각하니 그렇겠지 아욱국이 참 맛나네 입이 즐겁고 덕분에 한 줄 더 청정하게 되었어, 여보 가끔 줄기가 거시기하지만 허투루 먹지 말라 넣었겠지 아욱국 앞에 두고 함초롬 내린 이슬이 보이네 머리칼 뿌리까지 하얗게 살아오는 동안 아픈 곳이 많았지 어제는 발이 땅 속으로 딸려 들어간다고 손잡아 끌며 산책했잖은가 당신 성한 곳은 말라버린 가슴 뿐 위대한 어머니만 남았네 젖 물고 자라난 세 아이가 또 자식을 낳고 살아가고 있으니 여보, 화단에 다시 아욱을 놓세 꽃이 피는 아욱 곁으로 올망졸망 아이들 불러 앉히고 따뜻한 볕의 노래 한 국자씩 불러보세 ▲이광희 작품/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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