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이 있는 아침] 늦가을이 지고 있다/ 오양심 시, 장서호 사진

오양심 2019-12-05 (목) 10:19 4년전 809  

 

긍께

참말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어.

깨댕이를 벗은

아담과 이브처럼

원초적인 본능 그 자체였어.

순식간에 마음을 주고

마음을 뺏겨버리고

마음을 거둬들이지 못하고 있을 때

덕유산 상고대가 말했어.

 

내일은

울 일이 생길지라도

이 순간만은 행복하자고

 

시인은 늦가을 산을 오르다가 환상적인 상고대를 본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넋을 잃은 상태에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고 표현하고 있다. 순간적으로 얼어붙어 만들어진 얼음 꽃의 신비로움을 감상하며, 태초의 아담과 이브, 즉 원초적인 본능을 생각한다.

 

또한 상고대를 보면서 인생무상을 생각한다. 덕유산 나무에 하얗게 내린 상고대의 아름다운 모습도 해가 뜨면 바로 녹아 없어지는 것처럼, 인생이란 것도 알고 보면 한바탕 꿈속처럼 참으로 덧없는 것이라고, 인생을 마칠 무렵이면, 남은 것이 아무 것도 없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다만 내일은 울 일이 생길지라도 내일일은 내일 걱정하자고, 오늘은 해가 뜨면 사라질 상고대같은 인생의 비극을 생각하지 말고, 찰나의 순간에 행복하자고 다짐한다.

 

<박세희, 시인, 문학에스프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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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호 . 덕유산 상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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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서호 . 덕유산 상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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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서호 . 덕유산 상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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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서호 . 덕유산 상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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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서호 . 덕유산 상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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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서호 . 덕유산 상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