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우 건강교육]야스퍼거, 친구만들기⑪

이훈우 2020-06-25 (목) 07:28 3년전 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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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우/ 일본동경한국학교 교감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일본본부장

친구 만들기에 있어서 일반적인 10대 아이를 위한 인기 있는 책이 있는데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들의 문제에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Andrew Matthews(1990)’의 책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이 책에서는 문장과 만화로 친구 관계에 관계된 몇 개의 요소나 주의할 점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친구의 이야기 잘 듣기, 인사를 나누는 일의 중요성, 어떻게 상대의 잘못을 그 사람에게 전할까, 어떻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까 등에 관한 내용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아스퍼거 증후군의 아이들에게는 특히 마지막의 두 개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아이들은 어떤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판단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어떤 젊은이는 친구로 적합한지 아닌지를, 상대와 이야기를 트고 곧바로 차를 운전하면서 차양(햇빛가리개)을 올릴까 말까를 가지고 판단하고 있다. 만약 옆의 사람이 차양을 올리겠다고 말 하면 이야기를 갑자기 중단해 버린다.
 
어떤 경우는 친구가 될 수 있는 가를 ‘흰색이나 검은색’으로 일방적으로 단정하는 방식을 취하는 아이도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들이 텔레비전의 멜로드라마를 열심히 보고 그것을 자신의 행동 방식의 모델로 정하여 친구 관계의 본래 있어야 할 모습으로 이해하고 모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친구 관계를 지나치게 극적으로 그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기초적인 정보로서는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들은 자기표현의 실수, 호의적인 친구나 사회적 기능의 학습, 또래에게 지나친 자기 비밀의 폭로로 인해 곤혹스러움을 당하는 일이 많다. 또 하나 조심해야 할 것은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들은 자신이 누군가를 좋아하면 상대도 자신과 동일한 기분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마음 편한 관계 또는 순수하게 정신적인 친구 관계에서 표현되는 상대방의 사인(sign)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특정의 상대와 낭만적인 관심을 느끼고 그 관계가 발전될 지도 모른다. 어떤 젊은이는 청년기의 시작에서 전형적인 짧은 로맨스 후에 ‘좋아하는 따위라면 하지 않는 쪽이 마음 편하다.’라고 이야기했다. 많은 청소년들의 공통된 탄식이다. 새로운 여자 친구를 찾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동시에 그는 그 여자 친구가 전의 여자 친구와 기호(嗜好)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에 상당히 혼란을 느낀다. 그는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하며 어떻게 말하면 좋을 지에 대해 한 번 학습하면 그 후에도 다른 여자 친구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반복할 수 있다고 믿어 버리고 만다. 그러나 이것은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들에게만 한정된 현상은 아닌 듯 하기도 하다.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의 장기 발달 과정을 부모와 어른들의 인터뷰를 통해 조사한 연구도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친구를 필요로 하는 10대의 욕구는 어머니의 다음과 같은 말을 통해 보면 매우 절실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들은 동네의 젊은이들이 모이는 클럽에 나갔다. …… 처음에는 모두가 그를 주시했다. …… 왜냐하면 ‘Donald’는 키가 커서 골키퍼로서 적격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의 소년들은 모두가 그를 영웅으로 취급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곧바로(바로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알게 된다) 어쩐지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아들이 클럽에 나간 것은 처음이었지만(그 동네의 클럽에는 그 후에도 아마 열 번 정도 나갔다) 클럽에서 돌아온 아들을 살펴보면 아들은 거의 매일 맞고, 긁히고, 점퍼가 갈기갈기 찢기기도 했다.

어느 날 나는 ‘Donald, 너는 왜 참고만 있니? 너는 저 아이들보다 강한데 왜 참고만 있니?’하고 물어 보았다. 아들은 ‘그래도 아무도 없는 것보다는 나아요. 나는 괜찮아요.’라고 대답했다. 여기서 판단해 보면 아들은 필사적으로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이 혼자가 되는 것보다 차라리 맞더라도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악몽과 같은 것이었는데 그 후 몇 년 동안이나 클럽에 다니다가 말다가 했다.

다른 20대 남성은 친구와 동행으로 디스코 클럽에 나갔는데 거기서 친구들이 처음으로 대하는 여성에게 유혹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친구들은 여성을 유혹하는 눈매와 신체 언어(body language)를 보내고 여성들의 쪽에서도 같은 몸동작과 눈짓을 보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흉내 낼 수 없었고 ‘여자 아이들이 나를 보는 눈이 차갑다. 너는 아니야. 너는 아니야 라고 말하는 것 같다.’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고학력임에도 불구하고 이성의 친구를 사귈 수 없는 자신에게 싫증이 나고 그는 좌절감에 빠지게 되었다.

아스퍼거 증후군 사람에게는 일단 관심을 가지고 그 사람과 익숙해지면 그 사람의 성격이나 복장, 목소리까지도 모방하려고 한다. 그것은 마치 자신보다 잘 하고 있는 누군가와 자신을 슬쩍 바꿔치기 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특성은 프로 배우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또 그 사람들은 동일한 연령층, 동일한 사회, 문화적 그룹의 친구를 사귀는 관례적인 방식에 따르지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이것도 주위의 사람들에게는 오해를 초래하게 된다.
 
친구를 사귀고 관계를 유지해 가는데 필요한 방법을 그들은 교육에 의해 익힐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 관계의 키(鍵)가 되는 사항들을 기억하거나 메모할 필요가 있겠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과 만나거나 전화로 이야기할 때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 ‘…… 쪽은 요즘 어떻습니까?’라고 말하는 정해진 문구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 방법이다. 한 젊은 여성은 어떤 친구에게 절교를 당했을 때 그 사람이 살고 있던 런던으로 가서 그 사람을 찾아보면 어떻겠느냐고 물어왔다. 그 때는 그 질문이 너무나 자동적이었고 그 친구가 ‘런던’에서 이사한 후에도 그 사람을 찾아다니는 일이 이따금씩 있었다. 일부 사람들은 복잡한 윤리적 문제의 해석에 곤란을 느끼고 사회적 행위나 행동의 지침을 강력한 종교적 또는 정치적인 신념 속에서 구한다.

이것은 같은 특성의 사람들과 만나는 기회도 되고 도의적, 사회적으로 무엇이 올바른가에 관한 불안을 완화하는 기능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에도 그들에게는 주의해야 할 문제가 있다. 어떤 젊은이는 ‘Hells Angels’라는 지역의 단체(순수한 어떤 소수 민족 모임)에 대해 신문에서 읽고는 그 단체가 절도나 트럭을 밀매하고 있는 폭주족(Hell's Angels)이라고 믿어 버리고 그들의 모임에 나타나서 그 잘못에 대해 계속 이야기 했다. 다행히 그는 생명의 위험에까지 가지는 않고 끝났지만 위험한 상태에 쳐했던 것은 사실이다.

친구를 얻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흥미에 근거한 클럽이나 동호회에 가입하는 방법이 있다. 컴퓨터 모임, 역사 동호회, 아마츄어 천문가(天文家)나 철도 마니아 등의 모임을 예로 들 수 있다. 여기서는 각각의 관심사에 관하여 배울 수 있는 강좌가 열릴 것이고 정말로 우정을 기를 수 도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 사람들을 위한 인터넷, 편지 왕래, 소식지 등도 아는 사람을 찾을 수 있고 공통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으며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기회로 된다. 이러한 연락처는 지역의 자폐증이나 아스퍼거 증후군 부모의 모임, 전국 조직의 소식지 등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청년기 특유의 좌절감, 고독감 등은 대개는 성장함에 따라 없어진다. 중학교에서는 다른 10대 학생과 어울리는 상황을 강요받지만 그들은 그들을 친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성인기가 되면 아스퍼거 증후군 사람들에게도 자신이 행하는 것, 함께 있는 또래, 생활의 페이스 등에서 보다 큰 선택의 폭을 나타낸다. 시간의 경과도 또한 위대한 스승인 셈이다.

아이 시기에는 매우 애매하게 보이던 기능도 시간이 경과되면 저절로 획득하게 된다. 10대의 아이들에게는 어두운 터널의 앞길에는 반드시 빛이 보인다고 설명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빛은 반대쪽에서 갑자기 돌진해 오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조금씩 다가온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고 언젠가는 자신의 일을 잘 해석하여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구도 사귈 수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친구를 얻었다(나에게 애정과 의무감으로 손을 내뻗는 친구도 아니고, 나의 장애를 연구하고 실적으로 삼는 전문가도 아닌, 단지 나에게 흥미를 가지고 나를 좀 더 잘 알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녀는 정식으로 심리학이나 특수 교육을 배운 것도 아닌데 나와 상대하기 위해 자신 나름의 기준을 생각하곤 했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기준이란 내게 놓여진 상황이나 행동을 보면서 그녀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이해하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이해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 나에게 묻지 않는다. 내가 어떤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행동하며 이렇게 느끼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데도 내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서 왜 그래야만 되는 지 등을 묻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단정하지도 않는다. 바꾸어 말하면 그녀는 억측이 아니라 나를 보면서 뭔가를 스스로 찾고 이해하는 것을 배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심리학적인 연구에 의한 유사성의 유무는 친구를 선택할 때의 주된 판단 기준의 한 가지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에 의해 많은 아스퍼거 증후군 사람들이 동일한 진단을 받았던 사람들과의 친구 관계를 쌓아 왔다. 또한 이러한 친구 관계로부터 행복한 혼인에 까지 발전한 예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