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특집] 오양심 ‘고전에서 배우는 가족문화’

오양심 2019-05-20 (월) 06:54 4년전 899  

9f8588739fe2dd3d060842e11152d967_1558302583_1775.png
▲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오양심회장

●‘조식’ 함께하는 다정했던 모습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이 돌아오면 우리 모두는 가족을 머릿속에 떠 올린다. 몇 십 년 전만 해도 우리는 가족끼리 밥상 앞에 둘러 앉아 아침밥을 먹었다. 각자 집에서 나가, 자신의 공간에서 맡은 일을 하고,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와, 함께 저녁밥을 먹는 일이 일상생활이었다.

21세기의 핵심어로 4차 산업 혁명이 진행되면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지구촌의 가족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무너지고, 반려동물이 가족관계로 편입되면서 인간과 동물의 경계도 무너져 버렸다. 신문이나 잡지, TV에서는 가족학대, 가족폭력, 가족 살인, 유산싸움 등의 절박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인간의 근본은 인간답게 사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3대 고전은 심청전, 흥부놀부전, 춘향전이다. 심청전에서는 효도를 가르쳐 준다. 흥부전에서는 동기간의 우애를 춘향전에서는 춘향이의 부부간의 사랑과 정조를 이야기하고 있다. 서양고전에서는 이방인, 변신, 주홍글씨를 선정했다. 이방인에서는 불효를, 변신에서는 소통되지 않은 가족의 비극을, 주홍글씨에서는 간통사건과 양심의 가책을 말하고 있다.

비록 시대는 변했어도, 사람이 살아가는 근본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다.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인 '자녀, 부부, 부모' 가 상호 존중하고 우애하면서, 붕괴되는 가정의 회복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고전에서 배우고 익혀서 가족문화를 실천해야 한다.

9f8588739fe2dd3d060842e11152d967_1558302631_9276.jpg
지금 우리 사회는 가족관계에서 가장 소중한 혼인관이 변화되고 있다. 이혼과 재혼, 졸혼 그리고 다양한 혼인 형태가 증가되어 가고 있다<출처/ 일요주간>

‘부모와 자식’ 가장 특별한 인연

이 세상의 많은 인연 가운데 가장 특별한 인연은 부모와 자식 간의 인연이 아닐까 싶다. 부모는 자식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지만 많은 자식들이 그저 받기만 할 뿐 되돌려 드리지는 못해서 내리사랑이라고도 하는 말이 있다. 그래서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옛말이 있다. 하지만 ‘심청전’은 치사랑도 있다는 효도정신을 일깨운다.

심청은 어려서 어머니를 여읜다. 눈 먼 아버지 심 봉사 밑에서 무럭무럭 자란 심청은 어릴 때부터 효성이 지극하다. 심청은 공양미 삼백 석에 몸을 팔아 인당수에 빠진다. 우여곡절 끝에 용궁에서 어머니를 만나고, 아버지의 두 눈을 번쩍 뜨게 한다. 비록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유교사상에 뿌리를 두고 쓴 소설이지만, 두고두고 효도에 대한 교훈을 준다.

반면에 서양의 ‘이방인’은 지금으로부터 70년 전 프랑스작가 카뮈가 출판한 처녀작이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작품이다. 주인공 뫼르소는 북아프리카의 알제에 사는 평범한 하급 샐러리맨이다. 그의 어머니는 자식이 있지만 양로원에서 홀로 지내다 죽는다.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이튿날 뫼르소는 해수욕장에서 여자 친구인 마리와 함께 낮에는 희극 영화를 보면서 배꼽을 잡고 웃고, 밤에는 정사(情事)를 한다. 다음날은 동료 레이몽을 다치게 한 아랍인을 권총으로 쏘아 죽인다.

재판에 회부된 그의 죄목은 ▽ 어머니를 양로원에 맡기고 돌보지 않은 죄 ▽ 장례를 치르자마자 여자와 놀아난 죄 ▽ 태양이 눈부시다고 사람을 죽인 죄 등이다. 뫼르소는 여자 친구가 찾아와 속죄기도를 요구하지만, 자신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별로 잘못한 일이 없고 행복하다고 한다.

다만 자신이 처형되는 날은 많은 군중이 밀려와 속 시원하게 잘 죽었다고 말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부조리와 모순투성이의 불효이야기이다. 주인공 뫼르소는 선한 존재도 악한 존재도 아니다. 한분뿐인 어머니를 요양원에 맡겨놓고, 돌아갈 고향도 희망도 없는 현재사회를 대변한 홀로가족의 이방인일 뿐이다.

9f8588739fe2dd3d060842e11152d967_1558302678_4551.jpg
▲ 21세기의 핵심어로 4차 산업 혁명이 진행되면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지구촌의

가족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 ‘흥부전’에서는 동양의 형제간 우애

‘흥부전’에서는 동양의 형제간 우애를 보여준다. 욕심 많은 형 놀부와 가난하지만 착한 동생 흥부의 이야기는 해학과 풍자가 뛰어나다. ‘흥부전’은 장자 상속제로 형이 동생보다 훨씬 많은 재산을 소유할 수 있고, 그 재산을 이용하여 공명첩을 사서 양반 행세를 하는 세태, 빈곤층으로 전락한 농민이 임금노동자가 되어 품을 파는 상황 등이 풍자되어 있다.

반면에 토지가 고르게 분배되어 계층 간 갈등 없이 잘 살기를 희망하는 농민의 염원도 배어 있다.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는 믿음, 자신을 괴롭히던 형과도 마침내 화해하는 우리네 농민의 착한 심성과 순박미가 소설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흥부전’은 제비와 박으로 상징되는 희망의 메시지가 가난한 농민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강자와 약자, 가난과 부가 역전되는 상황 속에서 농민들은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다. ‘흥부전’이 영원한 고전으로 남아 있는 것은 형제간의 우애, 권선징악 같은 주제 의식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조선시대가 아닌 오늘날에도 고달픈 삶 속에서 대박을 꿈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박속에서 금 은 보화를 얻은 흥부는, 은연중에 현대인의 모델로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반면에 서양의 ‘변신’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독일작가 카프카가 출판한 소설이다. 세일즈맨 그레고르 잠자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자신의 몸이 무수한 다리가 달린 커다란 벌레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성실했던 그가 회사에 출근하지 않으니까, 사정을 알고자 찾아온 동료는 기겁하고 놀라 도망간다.

어머니는 졸도하고, 아버지는 외면한다. 하지만 여동생은 벌레로 변한 오빠를 안타깝게 생각하며 수시로 방문을 열어보며 먹을 것을 주며 보살핀다. 부모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그레고리였으나 쓸모가 없어지자, 냉대하며 방안에 가두고 만다.

끝내는 아버지가 던진 사과를 등에 맞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고, 가족들은 모처럼 홀가분한 마음으로 소풍을 간다는 내용이다. 현대인이 언제 어느 상황에서 처하게 될지도 모르는 절망 속에 유폐된, 현대판 소시민의 생활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 ‘춘향전’ 부부간의 사랑과 믿음을

‘춘향전’은 조선 후기에 신분 사회를 뒤흔든 여인의 사랑이야기이다. 춘향은 양반 성 참판과 기생 월매의 딸이다. 출신은 천민이지만, 스스로는 기생임을 인정하지 않는 강한 자존심을 지니고 있다. 신분을 뛰어넘는 이몽룡과 춘향의 사랑은 부부간의 믿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정절을 보여 준다.

반면에 미국작가 나다니얼 호손이 쓴 서양의 ‘주홍글씨’는 청교도의 식민지 보스턴에서 일어난 간통사건을 다룬 걸작이다. 늙은 의사와 결혼한 헤스터 프린이라는 젊은 여인은 남편보다 먼저 미국으로 건너온다.

남편으로부터 소식이 두절되자 펄이라는 사생아를 낳는다. 헤스터는 간통한 벌로 공개된 장소에서 'A(adultery)'자를 가슴에 달고 일생을 살라는 형을 선고받는다. 17세기 미국의 어둡고 준엄한 청교도 사회를 배경으로, 죄지은 자의 고독한 심리를 묘사한 작품이다.

9f8588739fe2dd3d060842e11152d967_1558302755_8992.jpg
▲ 붕괴되는 가정의 회복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고전에서 배우고 익혀서 가족문화를 실천해야 한다.

● 대책 시급한 ‘급변하는 가족문제

우리 사회는 조상대대로 가부장제도가 명확했다. 1990년대 이후 사회활동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는 워킹 맘 등장으로 맞벌이 부부가 늘어났다. 아이 양육은 엄마의 몫이라는 가부장적 사고 때문에, 여성이 친정에 아이를 맡기는 일이 많아졌다.

외할머니가 손자를 도맡아 기르거나, 워킹 맘의 동성관계인 언니나 여동생인 이모가 조카를 돌보면서, 이종사촌간의 관계가 가까워졌다. 친정 중심으로 모임이 늘어나면서 가부장적 부계사회에서 모계사회로 전환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 당면한 가족문제는 첫째가 보육이다. 부모에게 등을 떠밀려 겨우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다. 하지만 보육문제가 경제적인 걸림돌이 되어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가족이 많다. 결혼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혼 적령기를 맞이한 또한 적령기를 놓친 독신남녀들이 육아문제에 자신이 없어,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조기 유학과 기러기 가족을 포함한 자녀교육문제, 청소년자녀와의 세대 간 갈등문제, 노인부양을 둘러싼 부모와 자녀간의 갈등문제, 아동학대, 부부폭력, 노인 학대, 이혼 등이 우리 사회에 크게 당면한 가족문제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장애인 가족, 입양 가족, 빈곤 가족, 북한이탈 가족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 특히 급증하고 있는 결혼이민자 가족(국제결혼)과 다문화가족에 대해서는 다양한 대책이 시급하게 요구된다.

 

● 끊임없이 ‘말 걸기와 말대꾸로’ 소통

가족은 끊임없이 말 걸기와 말대꾸로 소통해야 한다. ‘심청전’에서는 효도에 대한 교훈을 주지만 ‘변신’에서는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도 소통이 단절되면, 하나의 소모품이고 쓰레기에 불과할 뿐이라는 교훈을 준다.

‘흥부전’에서는 형제간에 우애라는 교훈을 주지만 ‘이방인’에서는 홀로가족이란 무엇인지, 모자(母子)관계도 소통이 부재중이면 절대적으로 고독하다는 교훈을 준다. ‘춘향전’에서는 부부간의 믿음과 사랑이라는 교훈을 주지만, ‘주홍글씨’에서는 가슴에 각인된 양심의 가책은 죽음을 부른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가족관계에서 가장 소중한 혼인관이 변화되고 있다. 이혼과 재혼, 졸혼 그리고 다양한 혼인 형태가 증가되어 가고 있다.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가족은, 고정되지 못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이제부터 가족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하고, 부부간에 상호존중하며, 가정의 가족관계에서 사회의 가족관계, 세계의 가족관계로, 가족문화가 확대되어 나가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일요주간/ 오코리아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http://www.ilyoweekl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