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아프리카 동인도양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렘 우리들의 까치설날 통닭파티/ 잠보 카리브(Jambo Karibu)

김우영 2021-02-12 (금) 08:32 3년전 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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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렘 외교대학

  한국어학과 문학박사 김우영 교수

 

□ 여는 동요(童謠)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우리 언니 저고-리

노랑 저-고-리

우리 동생 저고-리

색동 저고리

아버지와 어머-니 호사 하-시고

우리들의 절 받-기 좋아하-세-요 

  -윤극영 작사․작곡 童謠「까치까치 설날은」全文

1. 까치설날에 대하여

  위 동요(童謠)는 ‘반달’ ‘설날’등 주옥같은 노랫말을 쓴 동요작가 윤극영(尹克榮, 1903-1988)선생님이 만들어 어렸을 적 많이 불렀던「까치까치 설날」전문이다.

  오늘은 음력 섣달 그믐날, 설 전날. 흔히 ‘까치설날’이라고 한다. 중국 연변일보 논설위원이자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중국 연변지부 장경률 지부장은 ‘오늘은 눈썹세는 날(섣달 그믐날)’이라고 한다.

  까치설날은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 섣달그믐은 세밑, 눈썹세는 날 이라고 한다. 한 해의 마지막이므로 새벽녘에 닭이 울 때까지 잠을 자지 않고 새해를 맞이한다.

  섣달그믐에는 세배, 만두차례, 연말대청소, 이갈이예방, 학질예방과 같은 풍속이 전한다. 섣달그믐은 묵은설이라 하여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일가 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리는데, 이를 묵은세배라 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저녁 식사 전에 하기도 하는데, 이날 만두를 먹어야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고 한다.

  2. 오늘은 눈썹 세는 까치설날(그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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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동인도양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렘 숙소 앞 나무가지에 하루해가 꼬리를 사리며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었다. 고국에서는 설날이라고 음식준비 등으로 들뜬 분위기일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남극 적도라서 한낮 30도를 웃도는 더위와 땀, 광야에서 이는 흙먼지와 바람이 일 뿐이다.

 

  정확한 밥시계 시침에 따라 배가 고프다. 어제 먹다 남은 풀--풀-- 날리는 찬밥을 어떻게 먹을까?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옆 숙소에 있는 곽동원 태권도 봉사단원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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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날을 맞아 지금 통닭을 튀기고 있는데 넘어 오실래요?”
 

  “아, 잘 되었네요! 그렇치 않아도 저녁을 어찌 먹을까 생각하던중 이었어요? 잠시 후에 갈께요. 고맙습니다.”

 

  어둠이 사락사락 주변에 내려앉고 있는 저녁 무렵. 마침 한국 서울에서 영어학원 부원장으로 근무하던 윤광민 여행가가 이곳을 방문했다. 현재 세계일주하며 고아원 등에 자원봉사 왔단다. 잘 되었다며 같이 통닭 먹으러 갔다.

 

  불을 환하게 밝힌 숙소에서 곽동원 단원이 닭을 튀기고 있는데 구수한 냄새가 진동 한다. 그 뿐이 아니었다. 계란말이와 과일, 김치, 막걸리, 위스키까지 준비하였다. 여기에 한국에서 온 윤광민 여행가는 먹다 남은 술 ‘데킬라’를 내놓아 식탁이 푸짐하였다.

 

  “아, 오늘이 마침 고국의 섣달그믐날. ‘아프리카 동인도양 한인들의 까치설날 통닭파티’네요. 좋습니다. 그런데, 곽동원 단원님 태권도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요리도 잘하네요?”

 

  그러자 통닭을 튀기던 곽동원 단원이 수줍은 듯 웃으며 말한다.

 

  “학창시절 자취를 오래했어요. 그리고 군대생활중에 취사반에 근무하며 요리를 많이 해봤어요.”

   윤광민 여행가는 맛있는 요리를 시식하며 맞장구를 친다.

 

  “오호라, 그래서 그런지 통닭과 계란말이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하여튼 잘 먹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낯설고 물설은 아프리카 탄자니아 곽동원 태권도 단원 숙소에서 같은 한국인끼리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까치설날 통닭파티를 즐겼다.

 

  곽동원 태권도 단원은 무인(武人)이면서 문인(文人)이었다. 인터넷 브런치(brunch.co.kr)이라는 카페에 ‘빌꿍’이라는 필명으로 살아가는 주변의 이야기를 올리곤 한단다. 태권도는 체육대학에서 전공하였으며 지난 2016년 8월 몽골 울란바트로 행산학교에서 6개월 체류하기도 했단다. 무도(無道)는 태권도 3단, 유도 2단, 용무도 4단, 특공무술 2단 등 합계 공인 11단을 소유한 고공유단자였다. 지금은 인근 탄자니아 경찰학교에서 경찰들 태권도를 지도하고 있다.

 

  또한 세계일주를 한다는 윤광민 여행가는 30대 중반인데 아직 미혼이란다. 결혼해야 하는 당위성을 느끼지는 않지만 주변 여건이 허락된다면 좋은 배필을 만나 보금자리를 꾸리는데 주저하지 않는단다. 영어에 능통하고 세계관을 바라보는 직관력과 혜안이 있어 전 세계를 다니며 여행사 일을 돕고 용돈을 벌어 틈틈이 고아원과 양로원을 방문 자원봉사하는 숨은 천사였다.

3. 타국 밤하늘가에 이야기 풍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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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밖은 밤이 깊어가면서 주변은 까아맣게 익어가고 있다. 숙소 앞 야자나무 사이로 저만치 밤하늘에 별빛이 초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익어가는 창밖의 분위기 만큼이나 타국 밤하늘 아래 숙소에의 한국인 셋이서 나누는 이야기도 녹녹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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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렘 외교대학 코이카 한국어 문학박사 김우영 교수와 태권도 곽동원 단원, 영어학원 윤광민 선생 셋이서 우리들의 까치설날 통닭파티)

 

  남자들은 평소에 말이 없다가도 술만 마시면 왜 그리 할 말이 많은지? 군대이야기, 정치이야기, 결혼과 가정이야기, 일반사회 이야기 등 나름데로 우수한 자존의 평론가가 되어 열변을 토한다.

 

   “청명해서 한 잔, 날씨 꽃으니 한 잔, 꽃이 피었으니 한 잔, 마음이 울적하니 한 잔, 기분이 경쾌하니 한 잔---.  인생은 짧다. 그러나 술잔을 비울 시간은 아직도 충분하도다.”

 

   “술은 사람의 거울이다. 술잔 아래는 진리의 여신이 살아 있고 기만(歡職)의 여신이 숨어 있다. 술 속에는 우리에게 없는 모든 것이 숨어 있도다.”

   “술은 입으로 틀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오나니 그것이 우리가 늙어 죽기 전에 진리(眞理)라, 전부이니라. 나는 입에다 잔을 틀고 그대 바라보고 한숨 짓노라!”

 

 

   타국에서 한국인 셋이서 화기애애한 가운데 풍성한 이야기로 이어지는 사이 벌써 봄밤이 늦어가고 있었다. 물처럼 흐르는 시침(時針)을 잡을 수가 없어 아쉽지만 내일을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 내려놓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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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그믐 까치설
외롭고 서러운 날.

내일은 설날
누구 한 사람 떡국 한 그릇 먹자고!
맛난 송편 먹어보자고!
동동주 한 사발 퍼 주는 이 없네?

주변은 오로지 검은 얼굴
흰 이 드러내며 웃는 흑인들
무슨 말인지 모를 아프리카 스와힐리어
중얼거리는 검은 얼굴들 가득한
아프리카 동인도양의 탄자니아 대륙.

남극 적도의 한낮 가마솥 더위 잔기운
아직도 더워 땀이 송알거리는
잔모래와 흙먼지 대륙의 땅.

흑인들 얼굴을 모아놓은 듯
어둠이 뿌려져 끝간데없이 이어진 광야.

섣달그믐 까치설이라지만
누구 하나 챙겨주는 이 없는 서러운 날.
   - 김우영 작가의 詩 ‘서러운 까치설날?’ 全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