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고 나서] 문기주/ 한맥문학 신인상 등단(2021년 2월호)

강지혜 2021-01-27 (수) 10:56 3년전 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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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주 시인

 

본향의 참 의미를 깨달아 가는 비상의 통로

 

고향과 어머니는 하나이고 어머니와 시인은 둘이 아니다. 이 세상에서 고향을 노래한 시, 어머니를 노래한 시는 많다. 문기주님은 고향과 어머니를 노래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문기주님의 시에서는 모순된 시대에서 궁핍한 한계를 극복했던, 미당 서정주 선생님의 자화상체취가 물씬 풍긴다.

 

문기주님의 <화순아! 사랑해서 미안하다>에서 흙에서 태어나/ 본향이 그리울 때/ 콧잔등 시큰시큰/ 눈물짓게 하는 곳// - 생략, 내 고향 화순군 도곡면 덕산 마을/ 그 냇가 그 언덕 그 바람 그 구름을/ 음흉한 두꺼비처럼 뒷걸음질로 찾아가/ 날마다 어둠 속에서 훔쳐보고 있다//는 시를 살펴보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성공해서 고향을 찾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문기주님은 고향을 그리워하지만 고향에 가지 않았다. 가난이라는 한계를 뛰어넘는 삶을 살기 위해서, 자신이 정해놓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음흉한 두꺼비처럼 뒷걸음질로만 고향을 훔쳐보고 있다는 절제된 구절이 심금을 울린다.

 

문기주님은 <어머니>에서 “- 생략-, 방울방울 호미 끝에 맺힌 어머니의 땀방울은/ 눈물이고 슬픔이고 한숨이라서/ 사랑하는 자식들과 이별할 수밖에 없었다/ 고향을 등진 나는 어렸고/ 타지에서 한동안 배가 고팠지만/ 지금은 고향산천을 먹여 살릴 만도 한데/ 선영을 지키며 기다림에 지친 어머니는/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 운주사의 목탁소리만 내 안에서 울고 있다고 적고 있다.

 

문기주님은 어린 시절 고향을 등졌다. 타지에 나와 가난이라는 한을 극복한 후, 고향산천을 먹여 살릴 만큼 삶의 여유가 생겼다고 고백하지만,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자욕양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라는 고사성어가, 운주사 목탁소리와 함께 가슴을 후려친다.

 

문기주님은 <공작에게 배운다>에서는 무지개를 노래하고 있다. 1연에서 소나기 한차례 지나가더니/ 건너 편 하늘에 무지개가 뜬다/ 나 어릴 적 가슴이 두근거렸고/ 오늘도 변함없이 쿵쾅거린다//, 무지개로 다리를 놓으면 천상까지 갈 수 있다고, 자연의 경이를 상상하며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동심을 노래한다.

 

문기주님은 2연과 3연에서 얼마 전 동물원에서/ 무지개를 본적이 있다/ 공작꼬리에서 펼쳐진 것은/ 우리 안에 갇힌 무지개였다// 그때 내안에서도/ 무언가 뜨기 시작했다/ ······/ 눈부시게 슬픈 무지개였다//고 공작꼬리에서 펼쳐진 무지개는, 천상에 뜬 차원 있는 무지개가 아닌, 지상에서 기뻐하고, 성내고, 슬퍼하고, 즐거워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욕심내는 차이 나는 삶을 사는 속물이라고 고백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는 문기주님의 <운주사에서>, 빨치산 주둔지의 비극을 시로 승화한 <백야산 이야기>, 함께 넣어 5편의 당선작으로 뽑는다.

 

인생의 우여곡절(迂餘曲折)을 경험한 <문기주>님은 천성으로 글을 잘 쓴다. 그래서 글을 쓰지 않고는 배겨날 수가 없는 것이다. 일간경기, 기자협회, 한글세계화운동연합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친밀하여 떨어질 수 없는 수어지교(水魚之交)이기 때문이다.

 

이기적인 세상 속에서, 시를 쓰는 길은 외롭다. 본향의 참 의미를 깨달아 가는 비상의 통로가 되어, 수평적인 삶이 아닌, 수직적인 삶을 살아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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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