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만난 사람) 대전 박봉주 시조시인의『봉주르의 사랑시』를 읽고

김우영 2020-11-09 (월) 00:11 3년전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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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주 시조시집『봉주르의 사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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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당신에게 전하는
  내 소리는 메아리

  ‘야호’하고 외치면
  ‘야호∼야호∼’ 대답하고

  한 번만
  ‘사랑해’해도
  ‘사랑해 사랑해’…
    - 박봉주 시인의 ‘메아리’ 전문

  1. 20여년 전 교육분야 근무하며 만난 깔끔한 신사 시인

  2001년 충남교육계에 같이 근무하던 당진 출신 故 공관식 시인과는 문단활동과 대전 중구 문화동에 함께 살며 자주 만났다. 평자(評者)가 작품해설을 써 주고 출판기념회까지 마련해 주었던 시화집『매직골 그리움 가슴에 안고』를 통하여 각별한 우정을 나누었다.

  그 후 소설집『산안개』와『도공의 혼』을 출간했던 열정의 작가였다. 그런데 남달리 살갑고 재치가 있던 공 시인은 어떤 운명에 의하여 안타깝게 이 세상을 일찍 떠났다.

  20여년 전 공 시인의 소개로 만난 분이 당시 대전교육계에서 근무하던 오늘의 깔끔한 신사 ‘박봉주 봉주르 시인’이다. 강원도 출신으로서 외모가 깔끔하고 인품 또한 교육자답게 덕망을 갖춘 훌륭한 분이었다.

  그간 같은 대전지역에 살면서 문학모임에서 종종 만나 안부를 나누곤 했다. 그런데 지난 9월 25일 발간한 시조시집『봉주르의 사랑시(117쪽, 오늘의문학사 刊, 구입문의 042 624-2980, 값 10,000원)』을 보내왔다. 반가운 문단지기의 소중한 저서를 받고 고마운 마음에 결고운 장정의 시조를 배독하였다.

  2. 박봉주 시조시집『봉주르의 사랑시』의 결고운 서정적 시조사랑

  저자의 시집 머리말에서 아래와 같이 말한다.

  “네 생각을 옮겨놓으면 아름다운 시가 된다!”
  “여기 부끄러운 고백을 뜨거운 태양처럼 쏟아냈다. 연애질이라고 해도 좋고, 사랑타령이라고 해도 좋고, 신을 향한 구도(求道)라고 해도 좋습니다!”

  뜨거운 사랑 이야기가 실타래처럼 살갑게 열린 박봉주 시조시집『봉주르의 사랑시』서정적 시원(詩園)을 함께 거닐어보자.

  아래는 제1부 ‘빗소리에 젖은 사랑’이라는 주제의 시 ‘당신의 향기’이다. 함께 거닐어보자.

  커피 보면 향이 되고
  꽃을 보면 벌이 되는

  그 모습에 취하고
  당신 생각에 빠지면

  천 년에
  한 번 핀다는
  그 사랑도 안 부럽네
   - 박봉주 시인의 ‘당신의 향기’ 전문
 
  사랑은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으로 인류에게 보편적이며, 인격적인 교제, 또는 인격 이외의 가치와의 교제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라고 한다.

  위의 시 ‘당신의 향기’에서 ‘커피 보면 향이 되고/ 꽃을 보면 벌이 되는// 그 모습에 취하고/ 당신 생각에 빠지면// 천 년에/ 한 번 핀다는/ 그 사랑도 안 부럽네//’ 간결하게 웅축된 사랑의 메시지가 담긴 레토릭(Rhetoric)의 메타포(Metaphor)처리가 완숙하다. 커피의 향과 꽃의 벌에 대한 보편적인 교제와 인격 이외의 교제가치는 천 년에 한 번 핀다는 사랑도 안부럽다는 몽환적 메타포로 승화시킨다.

  다음은 제2부 ‘웃음꽃을 안겨야지’ 주제의 시 ‘달과 눈’이다. 감상해보자.

  사랑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거래요

  그대는 달을 보고
  나는 그대 눈을 보고

  어쩌죠
  그대 눈 속에
  달이 들어 있어요
   - 박봉주 시인의 ‘달과 눈’ 전문

  문득 ‘사랑이란 무엇인가?’ 라는 옛 시조가 생각이 난다.

  ‘사랑이 그 어떠하더냐/ 동 그더냐 모가 난 것 이더나냐/ 길더냐 짜르더냐/ 밟아 재고도 남아 자로 재겠더냐/ 하그리 긴 줄은 끝 간 곳을 모르겠노라//’

  사랑이 질량의 총량처럼 자로 잴 수 는 없지만, 하그리 긴 줄은 끝 간 곳을 모르겠다는 사랑. 시인의 ‘달과 눈’에서 보면 ‘사랑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거래요//’에서는 사랑은 동반의식이라는 이분법을 차용하여 유려하게 문장을 이끌어간다.

  중장에서는 ‘그대는 달을 보고/ 나는 그대 눈을 보고/ 어쩌죠/ 그대 눈 속에/ 달이 들어 있어요//’에서 댓구(對句)를 나누며 종장에서 반전의 미학으로 꽃 피운다.

  이어서 제3부 ‘꽃 한 송이 처방전’ 주제의 시 ‘머문 자리’이다. 함께 보자.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라도 아름답다”

  화장실에 갔다가
  쓰러질 뻔 했어요

  당신이
  머물다 떠난
  자리인 줄 알았어요
    - 박봉주 시인의 시 ‘머문 자리’ 전문

  우리가 공중화장실에 가면 흔히 보는 말이다. ‘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라도 아름답다”//’(中略)시어중에 화자(話者)인 당신은 반어법의 하나인 지식이나 원리를 가지고 다른 사상을 추리하여 인식하는 연역적방법(演繹的方法)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는 종장에서 언급하기를 ‘당신이/ 머물다 떠난/ 자리인 줄 알았어요//’이라는 의문형 청어문법(聽語文法)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끝으로 제4부 ‘사랑으로 쓴 달력’ 주제의 시 ‘1월 새해의 기적’이다. 살펴보자.

  그대는 맑은 미소
  예쁘게 단장하고

  기도처럼 거룩하게
  사랑으로 걸어와

  어두운
  내 마음속에
  햇살 한 줌 심었네
    - 박봉주 시인의 시 ‘1월 새해의 기적’ 전문

  시인은 ‘1월 새해의 기적’에서 시의 재재를 문장이입에 있어 여유와 고요함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그대는 맑은 미소/ 예쁘게 단장하고//’ (中略)별도의 꾸밈이나 기교가 없다. 소박하며 진솔한 언어로 따듯하게 펼쳐가고 있다. 종장 ‘어두운/ 내 마음속에/ 햇살 한 줌 심었네//’ 물 한 모금 입 안에 오므렸다가 손바닥에 뱉어낸 그대로의 모습에 중견 시조시인의 서정적 에스프리(Esprit)를 엿볼 수 있다.

  3. 시조는 서정시의 기반요체, 언어질서를 제한하는 율동미

  시조는 운율을 기반으로 고정된 틀을 갖춘 시를 말한다. 운율은 시가 갖추어야 할 기본요소 중 하나로서 시의 형태미를 이루는 기본 틀이 된다. 이것은 또한 서정시의 기반이 되는 요체이며 언어질서를 제한하는 언어의 율동이다.

  이러한 노랫말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정형시로 장착이 되었으며 정형시의 자구나 음수율이 일정하게 고정된 것도 노래 가사에 알맞은 짜임새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짧은 형태의 정형시는 3 4 4 4, 3 4 4 4, 3 5 4 3 의 자수율은 기본형태로 삼는다. 그러나 반드시 이러한 기본형태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종장의 초구 3자와 다음의 5자는 지키는 것이 시조다.

  따라서 시조는 한국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를 노래하는 전통 성악곡이다. 시조의 제목은 대개 첫 구절을 그대로 따서 붙이고, 음악적 형식은 노랫말의 형식과 동일하다. 시조는 초장 · 중장 · 종장의 총 3장으로 구분되며 하나의 선율에 여러 가지 시조시를 노래하고 있다.

  4.『봉주르의 사랑시』는 인류의 보편타당한 실용적 유장한 문장
 
  박봉주 시조시인의 “네 생각을 옮겨놓으면 아름다운 시가 된다!”는 주제로 오롯이『봉주르의 사랑시』에 담겨진 사랑시조는 인류의 보편타당한 실용적 유장한 문장으로 전개하고 있다.

  요컨데, 봉조르 시인의 시조는 운율 요체인 형태미를 준수하며 서정시의 기반에 충실한 성공적인 시조미학 형태를 취하고 있다.

  여기에 편안하며 간결한 메타포의 골격으로 대중성까지 포용한 진면목을 보며 천 번의 키스보다 여기 더 감미로운 봉주르의 사랑시조편에 초대하고 싶다.

  몇 년 전 읽었던 중국 호남성 형양 출신의 대만 작가 경요 ‘슬픈인연’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진정으로 울어본 적 있나요?”하면서 운명과 죽음까지도 초월해버린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그러면서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은 오직 사랑뿐이에요. 그걸 알아야해요”한다.

  끝으로 주인공 유정호 자작시 ‘대답없는 메아리’소개로 박봉주 시조시인의『봉주르의 사랑시』무딘 단평(短評)을 접는다.

 

□ 대답없는 메아리
  
  눈물만 흘러내리어
  비까지 스며드는
  그대를 향한 그리움 알아줄까“
  - 유정호의 시 ‘대답없는 메아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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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문학평론가 김우영 작가

한글세계화운동연합 대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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