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수필] 연꽃 피어나는 낙안읍성에서

관리자 2020-06-25 (목) 08:26 3년전 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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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시인,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순천본부장

 

6월은 연꽃이 피어나는 달이다. 백련과 홍련 그리고 수련과 가시연 등 갖가지의 연꽃들이 화려하게 피어나는 계절이다. 특히 낙안읍성의 연못에서 피어나는 연꽃들은 뭇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성곽아래 둥그렇게 조성된 연못위로 피어나는 연꽃의 아름다움은 관광객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그것은 폭염 속에서도 연푸른 이파리를 너울거리며 소소한 자태를 살며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수줍은 새색시 미소처럼 피어나는 그 모습에 반한 관광객들은 눈빛과 함께 발길을 멈춰 선다. 어찌나 곱던지, 어루만지고 싶다는 관광객도 다수다.

 

낙안읍성 내 민박체험을 했던 어느 관광객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낙안읍성연못에 피어나는 연꽃의 아름다움을 다음과 같이 올리고 있다.

 

낙안읍성 마을의 커다란 연못 안에 연꽃들이 활짝 피어있다. 물 색깔은 흙탕물에 지저분하기 짝이 없지만, 어쩜 이리도 고운 연꽃을 내밀었을까?!" 라고 너무 신기한 듯 연꽃에 대한 이야기를 열거했다.

 

더욱이 그는 주무숙(周茂叔)애련설 에서 내가 오직 연을 사랑함은 진흙 속에서 났지만 물들지 않고, 맑은 물결에 씻어도 요염하지 않으며, 속이 소통하고 밖이 곧으며 덩굴지지 않고 가지가 없다. 향기가 멀수록 더욱 맑으며 우뚝 깨끗이 서있는 품은 멀리서 볼 것이요 다붓하여 구경하지 않을 것이니 그러므로 연은 꽃 가운데 군자라 한다.”고 하며 연꽃의 덕을 찬양했다고 하니, 연꽃이 얼마나 맑고 요염한 꽃인지 알게 되었다고 했다.

 

실제로 연꽃은 인도의 고대민속에서 여성의 생식을 상징하고 다산(多産), 힘과 생명의 창조를 나타낸다. 또 풍요, 행운, 번영, 장수, 건강 및 명예의 상징 또는 대지와 그 창조력, 신성 및 영원불사의 상징으로도 삼았다.

 

불교의 출현에 따라 연꽃은 부처님의 탄생을 알리려 꽃이 피었다고 전하며, 신을 연꽃 대좌에 앉히는 풍습도 생겨났다고 전한다. 게다가 중국에서는 불교 전파 이전부터 연꽃이 진흙 속에서 깨끗한 꽃이 달리는 모습을 속세에 물들지 않는 군자의 꽃으로 표현하였고, 종자가 많이 달리는 현실을 다산의 징표로 여겼다.

 

특히나 연꽃은 진흙에서 자란다. 하지만 연꽃은 진흙에서 나와서 물 위로 피어오른다. 그때 연꽃은 태양을 만나고 하나의 초월적 마음을 갖는다.

 

어찌 보면 진흙은 연꽃 없이 존재할 수 있어도 연꽃은 진흙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연꽃은 불교에서 깨달음과 지고지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또 연꽃은 더러운 물속에서 자라나 깨끗한 꽃을 피우는 식물로 청정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더욱이 연은 꽃이 시들면 씨앗이 영그는데, 이를 연과(蓮果 : 연꽃의 열매) 라 부르고 이 소리를 빌려 連果(연과 : 과거에 연달아 합격하다)라는 뜻으로 쓰고, 물속에서 뿌리가 굳게 박혀서 가지가 번성한다는 뜻을 나타내어 本固枝榮(본고지영)의 뜻으로 쓰인다. 연뿌리만 그리면 우단사운의 뜻으로 형제간의 우애를 나타낸다.

 

아니나 다를까. 낙안성에 피어나는 연꽃을 보노라니,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무안의 회산백련지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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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만평의 저수지에 백연과 홍연. 가시연꽃. 수련 등이 뒤덮으며 자라고 있는 모습은 가히 바다를 넘볼 수 있게 한다. 여름이면 초록 연잎의 바다를, 가을이면 하얀 백련 꽃 바다를 연상케 한다.

 

돌이켜 보면 일제의 암울했던 시대에 조상들의 피와 땀으로 축조된 저수지로서 면적은 약 10만여 평이나 되는 연꽃 서식지로서, 이는 30평짜리 아파트 3,300개 이상 합한 면적이라 할 수 있다.

 

이뿐 아니다. 백련지와 연관된 선인들의 행적을 쫓다보니 끝이 없을 것 같다. 초이선사. 정약용, 윤선도를 비롯해 혜장선사. 여러 고승 등이 연꽃과 관련한 그 무엇을 찾기 위한 흔적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아마도 장마철에 피어나는 낙안읍성 작은 연못 속 연꽃은 동양최대를 자랑하는 무안의 백련지를 연상케 하고, 선인들의 발자취와 함께 진흙 속에 핀 연꽃철학을 더듬게 하는지도 모른다.

 

봉오리 백련을 미소 띤 홍련을 탐스레 피우고 너울대는 큰 이파리 푸르름으로 일렁일 때 백련지 꽃향은 잃어버린 고향 둠벙 속연꽃소녀 부르고 있다. 짚신 신고 진흙 밟고 청아! 청아!” 부르는 소리 연밥송이 다 닿는다. 진흙사랑 익히는 날 처용이 춤추고 시인이 취한다. 꿈속 아닌 현실 연꽃에 만취된 시인 청순한 연꽃소녀 정품에 안기고프다 (필자의 졸시연꽃소녀전문)